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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 이야기/동하 떠드는 야그

제21회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유감(펌글)

정말 부끄럽습니다- 서협 주최 21회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유감
ㆍ작성자: 석송이종호 ㆍ작성일: 2009-06-04 (목) 18:35 ㆍ조회: 69

정말 부끄럽습니다.
- 한국서예협회 주최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유감 -

이종호 (제 21회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

제 21회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에 참여한 한사람으로서 심사현장에서 일어난 추악한 모습에 분기탱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어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먼저 금번 서예대전에 혼신의 힘을 쏟아 출품하신 작가님들과 한국 서예협회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무릎 꿇고 사죄드리며 참회의 글을 올립니다.
저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예인으로서 금번 서예대전에 처음으로 심사에 참여하였는데 그 동안 풍문으로만 듣던 참담한 이야기들을 심사현장에서 목도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힘없는 지방의 초임 심사위원으로서 몇몇 운영위원들의 횡포와 심사위원장의 독선적인 전횡에 휩쓸려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땅히 현장에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시정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제 자신의 나약함에 죄책감마저 듭니다.
그래서 심사현장에서 있었던 추악한 모습들을 제가 보고 들은 범위 내에서 사실대로 가감 없이 알려드리고 다시는 대한민국서예대전을 몇몇 높으신 분들과 거대문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저급한 시속의 장터로 만드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글을 씁니다.

심사당일, 오전 9시 경 심사장 입구에서 심사위원들이 삼삼오오로 집결할 무렵,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한 사람이 제게로 다가와 “해서 부문 심사위원이죠? 꼭 입선 시켜야할 사람들입니다. 00씨는 특선을 해야 합니다.” 라며 쪽지를 건네주기에 엉겹결에 받았습니다. 심사가 끝나고 나서야 그 분(?)이 금번 대전 운영위원 00씨 였음을 알았습니다. 받아든 쪽지에는 2명의 필체로 8명의 이름이 적혀있었으나 심사 결과 단 1명만이 입선에 발표되었습니다.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고 처음으로 열리는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어떻게 운영위원이라는 사람들이 비밀리도 아니고 공공연하게 백주에 초면의 심사위원들에게 필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들의 명단을 나누어 줄 정도라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리고 또 다른 운영위원 ♦♦씨는 채점을 하고 있는 제 앞에 와서 누가보아도 기본적인 운필과 결구형태가 조악한 출품작에 좋은 점수를 달라며 부탁했지만 저는 그 분이 부탁한 대부분의 출품작에 하위점수를 주었고 심사 결과 대부분이 낙선하였습니다.
심사위원인 ☐☐씨는 해서부문 심사위원들에게 특정인의 이름을 수차례 거명하며 큰 소리로 “내 끗발로 이것도 부탁 못하냐?” 라며 추태를 부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현장에서 공공연히 누구의 제지도 없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심사했던 해서부문은 입선까지 채점순위로 74명의 입선작을 선정하고 입선작 대비 10% 수준인 8점을 특선으로 확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5명의 해서 심사위원 중 4명의 심사위원이 2점씩 8점을 추천하고 1명의 심사위원이 1점을 더 추천하여 총 9점을 특선후보로 확정 짓고, 특선 휘호 결과에 따라 1점을 탈락시키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해서부문에서 특, 입선이 확정되자 운영위원 00씨 , ♦♦씨, 심사위원 00씨, ☐☐씨, 등은 자기들이 부탁한 사람들과 제자들이 거의 다 떨어졌다며 부끄러움도 모르고 소란을 떨기 시작했고, 심사위원 ☐☐씨는 “그렇게 부탁했는데 어찌 그걸 하나 안 붙여주냐?”라며 자기가 부탁한 출품작을 찾기 위해 낙선 작품을 일일이 뒤져 찾아내는 등의 소란을 피우기까지 했습니다. 심사위원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한 어수선한 중간에 특, 입선작은 총76점으로 늘어나있기에 제가 큰소리로 “누가 자꾸 작품을 끼워넣느냐? 채점 결과가 컴퓨터에 입력되어 점수가 합산되었으니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며 새로이 끼워 넣은 작품들을 모두 낙선시켰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해서부문 특, 입선작 74점을 확정짓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돌아와보니 또 다시 78점으로 늘어나있었고 또한 특선후보로 확정된 9점의 작품 이외에 심사위원들이 추천하지 않은 작품하나가 더 해져 10점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분의 해서 심사위원들에게 “새로 추가된 작품은 누가 특선으로 올렸느냐?” 라고 묻자 운영위원장이 올린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운영위원 00씨가 저에게 건넨 쪽지에 특선을 해야 된다는 출품작과 운영위원장이 해서 부문 심사위원들에게 아무런 동의도 없이 특선에 올린 출품작은 동일인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작품을 끝내 특선에서 제외시켰습니다.
그런데 심사발표를 보니 그 특정인이 행초부문의 특선자로 발표되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어떻게 행초부문에 특선이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제 가슴에는 서글픔이 한없이 밀려왔습니다.

무소불위의 전권을 행사한 심사위원장에 대한 이야기도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심사를 시작하기 전 운영위원회에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전종주씨가 “대상과 우수상의 선정에 대한 전권을 본인에게 주지 않으면 심사위원장직을 맡을 수 없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이면서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전종주씨의 발언에 대한 진위가 파악되기도 전에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일부 심사위원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심사위원장의 손에는 무소불위의 전권이 쥐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독선적인 심사위원장의 행태에 대해 금번 대전에서 피해를 본 목소리는 한국서예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 서예대전을 더욱 더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심사현장에서 그의 모습은 후안무치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행초부문 특선심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행초부문 심사위원 7명이 각각 2명씩을 추천하여 14명의 특선후보자를 선정하기로 하였지만, 특선 후보에는 총 19점의 출품작이 진열되었습니다. 행초심사위원 이정택씨는 특정한 어느 한 출품작에 대해서 도저히 특선으로 수긍할 수 없기에 그 출품작을 추천한 심사위원의 해명을 요구하자 행초부문 심사팀장 모모씨는 눈을 껌뻑이며 이를 제지하였고, 전서부문 심사위원 모모씨는 그 출품작을 보고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다”라는 푸념을 내뱉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어수선한 중간에 심사위원장 전종주씨는 또 다시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이 작품은 입선에서 올라올 때부터 말썽이 많았지만 본인과 사연이 깊은 작품이기 때문에 이해해 주십시오”라고 하자 그때 누군가가 그 출품작을 심사위원장 사모님의 작품이라는 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종주씨는 “행초부문의 우수상이 없는 대신 19점 모두를 특선으로 하겠습니다.”라고 하자 행초부문 심사위원 이정택씨가 “이렇게 심사하려면 대전을 뭐하러 여느냐?”며 “내년부터 1명이 전체 심사를 다하고 심사비도 1인에게 다 몰아주라” 며 다른 심사위원 모모씨에게 “00씨 심사 좀 제대로 합시다”라고 이의를 제기하였지만, 일부 심사위원들은 희색이 만연하여 박수를 쳤고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묻혀버렸습니다. 또 한번 대한민국 서예대전의 암담한 현실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행초부문에서 우수상이 없었던 일은 더욱 가관입니다. 심사위원장은 평소 자기가 잘 알고 있는 행초부문 심사위원 00씨에게만 우수상 후보를 추천해보라며 지시를 했고 그 심사위원이 추천한 출품작들을 보면서 “하석 제자라서 안된다”, “중국풍이어서 안된다” 라며 작품성과 출품작가의 노력에는 전혀 관심 없이 일언지하에 내쳐졌습니다.

대상선정의 문제도 필히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예서부문 심사위원 00씨에 따르면, 예서부문에서 입선작을 선정하기 전 채점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위원 ☓☓씨가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을 “심사위원장과 운영위원들에게 보여준 뒤 다시 가져오겠다”며 반출했고, 그 출품작이 다시 예서심사현장으로 회수되지 않은 채 심사위원장 단독으로 대상으로 선정해버리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제 21회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일어난 추악한 상황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운영위원장이자 한국 서예협회 이사장인 변영문씨에게 저는 특선 휘호 당일 휘호장에서 금번 대전의 문제점에 이의를 제기 했으나 규정을 들먹이며 반성의 기미조차 없기에 상기 열거한 여러 사실들과 저에게 쪽지를 건네준 운영위원들의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하자 변영문운영위원장은 제가 활동하고 있는 대구지역 몇몇 선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저를 달랠 것을 부탁하며 제가 가진 쪽지가 누가 전해준 것이며 쪽지에 적힌 명단을 파악해달라는 염치없는 부탁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아직 할말이 많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좁은 지면상 줄이겠습니다.

제 21회 대한민국 서예대전심사에 참여하신 심사위원들께도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회의 치부를 드러내어서라도 투명한 대전이 될 수 있도록 또 다른 양심선언의 용기를 내어주시리라 믿습니다.
매번 대전이 끝나면 이와 같은 일시적인 울분토로만으로는 관행이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집시다. 깨끗한 서예대전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제도개선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 그래서 대한민국 서예대전이 추악한 문화권력에 도취된 질 낮은 소수의 프로페셔널들만이 잔치를 벌이는 아방궁이 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뜹시다.
따라서 저는 이 글을 언론에 기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이번 대전에 책임 있는 운영위원장, 심사위원장, 심사부위원장 그리고 일부 운영위원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합니다. 둘째, 금번 심사위원장 전종주씨의 서협 자진탈퇴를 정중히 요구합니다. 셋째, 금번 대전에서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던 운영위원장 및 일부 운영위원들과 심사부위원장의 집행부 및 이사직 자진사퇴 등의 용퇴를 요구합니다. 이와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저는 실명과 쪽지 공개는 물론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계속 지면을 통해 해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저는 또 요구합니다. 한국서예협회 이사직을 10년 이상, 심지어 20년이 넘도록 자리에 연연해하며 영화를 누리신 분들은 제발 용퇴해서 한국서예협회가 새롭고 건전하게 다시 태어나 한국서예문화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도 5년에 불과한데 오랜 세월을 이사로 재임한 분들은 이렇게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협회운영과 대전운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금번 대전 출품작가님들과 서협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무능했던 심사위원으로서 졸렬한 참회의 글로 사죄드립니다. 거듭 엎드려 용서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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