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2월 03일 (수) 09:02 |
“서각은 내 마음을 새기는 것과 같습니다” 전통과 현대문화의 적절한 조화를 작품에 담는다. |
현대문명의 발달과 치열한 경쟁으로 각박한 세상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가끔은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선조들의 숨결이 묻어있는 고궁이나 고찰 유적을 찾는다. 그곳에서 웅장한 현판이나 주렴, 안정되고 아름다운 글씨나 그림을 보면서 무슨 뜻이고 누가 새겼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곳에는 작가가 나타내고 싶은 격언·금언·명언 등이 정성과 혼을 다해 새겨져 있다. 그것 ![]() 한국 전통서각 예술을 계승·발전시키고 있는 값진 삶 나무가 가진 품성에서 차를 마시고 차를 마시며 깨달은 마음을 나무에 표현하는 서각가 목우 정기호 선생. 그의 작품은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력을 덧입어서 인지 ‘저 글에서 이런 맛도 나는 구나’ 싶은 색다른 멋이 풍긴다. 그 멋은 가볍거나 기교만 담긴 것이 아니라 글 속에 숨어있던 진심을 찾아낸 듯 따뜻한 느낌이다. 정기호 선생은 인천 강화 석모도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유년시절부터 서예와 글 쓰는 것에 유독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청, 장년기를 보내며 서예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래서 그는 80년 초 다시 붓을 잡기 시작했다. 서예에 대한 강한 갈망으로 시작해서 일까. 그는 한시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는다. 그의 필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또한 그의 필력은 불같이 강하고 물같이 부드러운 칼끝으로 회화성 짙은 조형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다. 즉 서각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기호 선생은 “팔만대장경이 고려 강화도에서 1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판각을 했던 고장에서 태어난 내가 서각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서예학원에서 우연하게 서각을 접하게 되었고 그 순간 이게 바로 내가 갈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서각을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서각인생은 30여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그는 서각 전업 작가로 단체전 350여회, 국제전 35회, 초대전 45회, 기획 초대개인전 2회를 여는 등 다수의 국내외 초대전과 개인전을 통해 한국 전통서각 예술을 알리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의 작품은 현재 경기, 인천 지역뿐 아니라 타 지역에 단체 현판 및 고궁사찰 등 주요한 곳에 많은 작품을 제작 설치하였고 연세대학교 박물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해청 미술관, 중국 길림성 역사박물관, 남대하만박성 박물관, 북경 대사관 한국문화원, 일본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등 많은 작품이 여러 곳에 소장돼 있다. 또한 그는 작품활동과 더불어 문화원, 문화센터, 인천대학, 목우서각연구소에서 서각에 관한 강의 및 연구를 통해 후진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80년대 초부터 활동하여 오던 한국서각협회를 좀 더 내실있고 건실한 사단법인체로 2000년 문화관광부에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실무자 역할을 담당해 (사)한국서각협회의 위상을 한층 더 부각시켰으며 2007년도에는 대한민국 서각대전 초대작가 대상으로 문화관광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1. 無 54 x 54cm(조합) 나무 · 혼합재료 · 금박 2. 無 8 x 60cm 나무 · 혼합재료 3. 無 30 x 25cm 나무 · 혼합재료 · 금박 4. 不二 28 x 41cm 나무 · 혼합재료 · 금박 ⓟ제공 : 목우서각연구소 한국전통 서각을 단아한 현대생활의 맛으로 표현 서각은 나무에 꿈을 새기는 예술이라고 말하는 정기호 선생은 지난 2009년 12월 25~31일에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전시실에서 ‘茶와 禪 그리고 無’라는 주제로 서각을 한지 30여년 만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동양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평면의 서(書)에서 재료의 특성을 살린 입체로 탈바꿈하여 전통적 서각을 기본으로 하여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꾀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전통 예술의 미, 각형이 형성되는 문자를 매개로 서예적, 각에 의한 조각예술로 다양한 색채에 의한 조형예술로, 살아 숨 쉬는 운동력있는 작품으로 시각언어로 발전시켜 감상자들과 소통의 접점을 찾고 서각예술을 알리고자 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필법은 단아하면서도 안정감 있고 나무의 특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내는 채색과 음영각의 조화는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30여년간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질과 표현방법의 다양성을 연구하여 종합예술작품(서각, 채색, 공예, 칠, 조형)으로 표현하고자하는 노력이 작품에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어떤 소재에도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품을 선보여 회원들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예술혼을 일깨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의 금박에 혼합금을 입히는 채색기법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옛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에 반해 그의 작품은 한국전통 서각을 단아한 현대생활의 맛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인의 손길이 묻어나는 정기호 선생의 작품들을 보며 나뭇결과 서예가 오묘하게 조화되어 있어 세상의 이치를 새겨내고 때로는 어머니 같은 온화함을 때로는 아버지 같은 듬직함을 때로는 사람들에게 충고의 말을 하는듯한 개성적인 그의 작품을 보며 작가의 생각과 인생을 잘 드러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그는 전시회를 계획할 때마다 표현하고픈 주제를 정해 서각작품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각에서 단순히 서체와 표현 기교만 보는 것이 아닌 글이 가진 속뜻을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기호 선생이 말하는 서각의 매력은 무엇일까. “서각은 우선 재료(나무) 자체가 따뜻하고 포근한 것입니다. 저는 그 위에다 하고픈 이야기를 느끼는 대로 표현합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지요. 작품으로 나를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작품으로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바로 작가 자신의 마음을 새긴다는 의미입니다. 내 마음이 삿되지 않도록 차를 마시며 마음을 비우고 작품을 하면서도 마음을 비웁니다. 비우고 비워 나무가 가진 따스함과 차가 가진 겸손함을 작품에 채워 넣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편안한 말투와 인상에서 서각은 마음의 수양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있는 창작활동을 기대해 본다. 취재/남윤진 차장 (대한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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