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대전 5失5惡을 고발한다(옮긴 글)
서예대전 5失5惡을 고발한다
제21회 대한민국서예대전 행초부문 심사위원 이정택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심사위원에 참여하게 된 저는 이번 '대전'의 심사에서 망연자실, 그저 참담한 심정입니다. 운영과 심사의 최고 책임자들이 저지른 너무나 안일하고 진부하고 구태의연한 작태에 환멸을 넘어 협회를 아예 떠나고 싶었습니다.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 한 사람이 스스로 부끄러운 고백을 쏟아낼 때까지도 집행부는 그 특유의 불감증으로, 소나기 피하듯 코앞의 위기를 모면할 길만 찾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운영진은 공모전이 끝났음에도 운영위원회를 다시 소집하고 서둘러 이사회를 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비로소 '진상 조사단'이 된 감사 두 분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정입니다. 늦어도 한참을 늦어버린 지금, 어떤 아픔이나 뼈저린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큰 틀에서의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서예대전의 운영
대전의 발표가 있고 말썽이 생기자 운영위원장은 "심사과정에서 만족을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문제점을 바로잡아, 차기 이사회 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운영규정을 보완, 2010년도 공모전에서는 합리적인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며 10줄 내외의 간단한 입장표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사장 선출이 있었던 年初의 인사말에서 그는 "오늘의 한국서예협회가 요구하는 변화, 개혁을 발전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물을 안고 있지만, 회원 여러분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최선을 다하여 일한다면 분명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기필코 새롭게 거듭 날 것을 약속한다. 모든 회원들의 지도와 편달을 받으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여, 私心 없이 일하는 이사장이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약속드린다."고 했습니다.
집행부가 바뀌고 체제가 달라졌으니 그 淵源을 두려워하고 선배제현의 뜻을 생각하여, 운영진을 가다듬고 추슬러 흐트러진 모습을 새롭게 했어야 합니다. 적어도 처음 한 번 정도는 깨끗하고 반듯한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협회와 회원들의 오랜 염원인 '개혁'의 단초를 만들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출범 첫 해부터 모든 회원과 출품자들의 염원을 무시하였고, 전횡과 패악을 서슴지 않았으며, 보란 듯이 전 회원들을 기만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과연 현 이사장은 서예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바, 협회가 처음 내세웠던 '설립취지문'을 숙지하고 계신지, 또 회원들의 기대와 염원에 얼마나 맞는 첫 대전을 준비하셨는지, 선배제현의 이러한 취지를 또 얼마나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이에 대전의 심사를 맡았던 한 회원의 준엄한 경고를 이제, 첫 '대전'에 대한 실수의 대가로 기꺼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다섯 가지의 '대전' 실책
대체로 심사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 우선 각 부문별로 작품을 분류, 각 분야에서는 다시 지역별로 나누고, 부문별 심사위원 전원의(행초의 경우 7명) 합의하에 당락을 결정해 작품의 1/2(半)을 가려냈습니다.
─ 다음은 반으로 줄어든 전국의 작품을 모두 모아, 심사위원 개개인이 채점표를 가지고 다니며 일일이 점수를 매겼습니다.
─ 각 심사위원들의 채점표를 사무국에서 집계하여 부문별로 최종 당락을 결정하였습니다.
─ 낙선작을 제외한 작품들 중에서 각 부문별로 특선 작품을 선정하였으며, '우수상'과 '대상'은 심사위원장이 미리 골라 두었다가 단독으로 선정하였습니다.
* 출품된 작품이 2천 5백점이 넘습니다. 심사장이 좁은 관계로 부문마다 두 세 개 지역씩 펼쳐가며 그 중에서 半씩 골라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상작품'이 나온 예서부문의 한 심사위원 얘기로는 예심에서 미리 뽑아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부문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한 눈에 '대상작품'을 알아본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시간으로도 도저히 가능해 보이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그 시각, 행초 부문에서는 아직 입선작이 결정되기도 전이었습니다.
1. 행사의 기본案조차 없었었습니다.
절차도 질서도 없고, 약속된 시간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약속시간을 넘겨서 도착한 심사위원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처음 참여한 심사위원도 많으니 미리 준비를 하고 있어야 마땅한데도, 1시간이 넘도록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누구 한 사람, 심사규정 및 일정에 대해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일정에 대한 안내문 하나 없이 막연히 기다리라고만 했습니다.
2. 심사위원장이 운영까지 대신하였습니다.
10시가 넘어서야 심사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의자 하나 없는 한쪽 구석에 모이게 하고는, 유세하듯 주섬주섬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은 운영위원장이 아니고 심사위원장이었습니다. 회의는 고사하고 심사위원 한 두 사람의 의견조차 들어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운영규정'도 며칠 전에야 겨우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운영규정'이란 것은 왜 만든 것이며, 어디에 쓰기위한 것인지, 심사위원들에게 최소한 한 번 읽어주기라도 하였더라면…….
3. 운영위원이 동참한 심사장.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레 심사위원과 운영위원들이 뒤섞여 심사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어우러져 누가 운영위원인지 심사위원인지도 모르는 가운데 서로 의논까지 해가며, 차마 보기 민망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4. 중요한 '賞'은 심사위원장이 專橫하였습니다.
도록이 출간되면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 '大賞作'입니다. 그해 공모전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함에 있어 심사위원장은 혼자서 전횡하였고, 운영위원장은 그저 심사위원장을 위한 대변과 비호에만 급급하였으며, 규정에 따른 제제나 중요한 賞의 선정과정에서 꼭 필요한 역할 등 적절한 조치는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5. 협회는 회원을 대접하지 않고, 출품자는 아무런 권리가 없었습니다.
출품은 대체로 전국의 회원들이 하게 됩니다. 출품료에서 부터 2차 심사인 현장 휘호를 위한 비용까지 그 부담이란 얼마입니까? 지방에서 참가하는 경우라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심지어 제주도나 해외에서 올 경우를 감안, 그 어려움에 대한 배려 또한 충분히 있었어야 합니다.
■ 다섯 가지 害惡
이번 사태에 대하여 누구 한사람 "내 책임이요.", "내가 잘못했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단 한 사람의 용기 있는 심사위원만이 쓰디쓴 고백으로 죄를 대신했을 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유야무야 묻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발뺌이나 하고 있는 모습은 한심하고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 공모전으로서의 투명성이 없었었습니다.
심사위원장이 스스로 '간곡한 부탁'에 응했다는 고백을 하였고, 운영위원장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빴습니다. 심사장 입구에서 낯모르는 심사위원에게 공공연히 청탁의 쪽지를 나누어 주는 일도 있고, 실로 어이없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2. 전형적인 '나눠 먹기'식 심사 행태였습니다.
올바른 일에서는 늘 선량한 사람이 지게 되는 곳이 서단인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을 뽑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지인들의 작품을 챙겨 가느냐가 관건인 듯, '참신하고 새로운 신진작가의 배출'이라는 공모대전 본래의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3. 잘못을 알고도 서로 묵인하는 오랜 악습의 고리들.
소위 '大家'를 자칭하는 사람들에게서조차도 도무지 창조적인 운영방식은 찾을 수도 없었거니와, 아예 잘못을 알고도 서로가 모른 척, 내 밥그릇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식입니다. 잘 하기 위한 좋은 방안들이 어찌 없겠습니까? 찾지 않고, 묻지도 않으며, 알고도 자신에게 피해가 될까 두려워 침묵만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4. 안목 있는 사람보다 말 잘하는 사람이 우선시 되었습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며, 작품성은 아예 무시되고 있습니다. 모든 심사위원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중 일부가 제도상의 허점과 수많은 모순을 악용하여, "집행부에 이미 얘기된 것이다", "위에서 원한다." 등의 말로 수준 이하의 작품들을 올리고, 될 만한 작품은 오히려 내리는 등의 惡을 행하고 있었습니다.
5. 단체는 망해도 '나'만 괜찮으면 되었습니다.
제 살길만 모색하며 늘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였습니다. '長'을 할 사람은 항상 정해져 있고, 그러면서도 언제나 자신은 투명하며, 잘못 하나 없는 그야말로 자칭 '성인군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마치 지금의 심사위원장이 그러한 경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절은 이미 오염되었고, 많은 중들이 떠나버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게든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 할 중요한 때입니다. 그저 뒷짐 지고 구경만 할 바에는 차라리 회원증이든 초대작가증이든 과감히 던져버려야 합니다.
■ 심사위원장에 대하여
논박을 위한 글이란 게 사실, 그 자체에 일파만파의 속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으므로, 우선은 사실에 입각하고, 현실에 바탕을 두며,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피력할 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협회 게시판에 오른 금번 심사위원장의 글은 '일부지역' 운운하여, 마치 뺏긴 支分에 대한 억울함에 울분을 토로하는 듯 記述하고 있습니다. 2차 현장휘호 현장에서 심사위원장은 "사연 없는 작품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했지만, 이미 자신이 1차 심사장에서 그'사연'이란 말을 먼저 고백한 바 있으며, 자신의 정당성을 앞세운 모순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나이 드신 어른(같은 심사위원)의 간곡한 부탁,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 끝에 특선을 적극 추천, 현장휘호과정에서 '낙선'처리, 부탁하신 동료 심사위원님께 신의를 저버린 저의 배신행위에 대하여 사죄, 나이 70이 넘은 비구니 노장스님의 소망을 무참히 꺾어버린 것에 대한 송구스러움, 망령된 구설수에 오르게 한 민망함에 대한 사죄] 등의 고백을 스스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상 작품이 수준 이하의 '아류'라고 주장하는데, 대한민국의 모든 공모전에서 '우수상' 또는 '대상'으로 선정된 소위 상위입상 작품들이 '아류'에 속하지 않는 작품이 얼마나 있을까? '수준이 낮은'이라는 표현은 심사위원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수상한 그 작가의 은사님이나 선생님을 욕하는 말씀, 이왕이면 심사위원장을 직접적으로 욕하는 "심사위원장의 안목이 청맹과니 수준이다"라고 힐난하라. 이번 대상작품은 심사위원장인 저의 독단으로 결정하였고, 저는 대상 수상작가와 학연․지연․금연(金緣)등의 굴레에서 너무나 자유롭다.] 는 등의 말로 변명을 늘어놓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많이 다릅니다. 그는 다른 大展의 例까지 들며 본질을 희석하고 있습니다.
당시 행초부문의 특선 선별과정에서 문제의 그 노스님 작품에 이의를 제기하자, 심사위원장은 "입선에서 올라올 때부터 말이 좀 있었고, 저와 사연이 좀 있다." 고 스스로 고백하였으며, 규정조차 무시한 채, 문제의 그 작품을 포함한 4점이나 무리하게 특선 후보에 포함시켰습니다. 더구나 이틀 후에 치러진 현장휘호에 그 노스님은 나타나지 않고, 스스로 협회에 '불참통지문'을 보내왔습니다. 결국 '특선휘호 과정에서 낙선처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떳떳하지 못한 그 '특선'을 과연 진정으로 그분(노스님)이 소망하였을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게다가 처음 협회 게시판에 오른 심사위원장의 글은 그나마 허허롭게 웃어넘기며 '대인적 기질'에 걸맞게 "이제 그만 좀 하시죠!" "선생은 이번에 나오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앞으론 그냥 좀 조용히 사시죠!" 쯤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카페 '서예세상'에 고쳐서 다시 올린 글을 보면, 불행히도 그는 자신의 속내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어, 적지 않은 실망감에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변명도 모자라 특정 문파를 비난하고 공격할 목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장은 누가 추천하였을까요? 심사의 전권을 맡겨버린 운영진도 문제이지만, 수준 이하의 작품을 대상으로 우기는 바람에 일은 이렇게까지 커지고 말았습니다. 대상작가와 노스님을 포함하여 여러 사람 꼴사납게 만든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협회의 위상이 추락하고 오랜 비합리의 관행이 노출되고 말았으니, 책임을 따지기 전에 우선 공식적으로 '담화문' 형식의 사과문이라도 발표되어야 마땅할 것으로 보입니다.
■ '대상작품'에 대하여
우선 운영규정이 명시하듯, '출품작과 동일서체와 다른 서체 하나를 휘호하게' 되어 있으나, 문제의 '대상' 작품은 다릅니다. 출품은 예서로 하고, 휘호는 전서와 행초로 하여 명백히 규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또한 출품작의 검증이라는 '현장휘호'의 목적상, 현장에서의 휘호작과 출품작의 점수를 합해 상을 가리는 것이 당연한데, 행서의 작품성으로 보자면 '대상'은 어림도 없습니다. 작년의 경우, '대상'은 그 對象作家가 없어 '우수상'하나만이 최고상이 되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품집의 첫 페이지에 오른 大賞作과 현장에서의 揮毫作을 뒤늦게 보고는 적지 않은 실망감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과연 매입상금 700만원을 施賞金으로 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서예대전의 '대상'입네 하고, 내놓고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심사위원장의 안목으로는 달라 보였나 봅니다. 인쇄된 책을 보고 있자면, 일본이나 중국의 서예가들이 볼까 두려워 차마 페이지를 열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부문은 다르지만 이번 大展에 참여한 심사위원의 한사람으로서,대상작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여 봅니다. 출품된 예서의 경우 '마왕퇴백서'를 字典에서 찾아 임서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문구로 보면 對聯이 분명한데, 형식이 대련이면 가운데를 잘라 좌우 둘로 나누고, 오른쪽에도 傍書를 곁들여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이런 類는 거의가 대련으로 봅니다. 현장휘호에서 보여 준 행초의 경우를 보면, 붓을 이기지 못하고 제대로 운필을 하지 못해 초보자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이에 傍書는 이미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款記 부분을 대폭 줄여 이름 정도만 썼더라면 차라리 더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왼쪽에만 쓰인 款記는 본문의 큰 글씨에 비해 너무 왜소할 뿐 아니라, 본문에 너무 붙어 있어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릇 '대상'을 수상할 정도이면, 작품의 경영에도 이미 개성이 드러나야 하는데, 전서와 예서에서 보면 대상작가 주변의 기존 작가들과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관기부분의 '己丑'등은 최근 발표된 이사장의 작품과 거의 흡사하다는 느낌입니다.
동아일보 광고란에 실린 '심사총평'을 보면 더욱 이해가 안 됩니다. 현장 휘호는 4월 21일에 있었고, 심사총평의 날짜는 4월 19일로 찍혀 있습니다. 내용 중에 "현장휘호를 겸한 2차 심사에서 질적 수준이 미흡하다고 여겨지는 20여 점에 가까운 특선후보작들을 심사위원장의 직권으로 탈락시켰음을 밝혀둔다."고 자랑스레 쓰고, "특선 이상의 작품들은 그에 합당한 품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우수상과 대상 수상작은 공모된 작품 가운데에서 가장 빼어났고, 그 질적 수준과 예술성 또한 탁월하였다."라고 評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랑스럽고 명백히 밝혀 둔 심사총평을 왜 작품집에는 싣지 않았을까요? 모순된 날짜에 대한 의문과,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그것만은 아닌 듯, 말 못할 무언가가 숨어 있다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당일 심사장(19일)과 특선후보 휘호장(21일)에서 일부 작품에 대하여 "이것은 중국풍이라서 안 된다." "이건 모모 선생의 風이라서 안 된다."하여 수상작과 특선에 들지 못하였는데, 과연 대상작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심사위원장의 그 말대로 특정 문파나 개인을 배려한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大賞으로서의 작품성에 대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올바른 서예대전의 개혁을 위하여
1. 全 회원을 대상으로 앞으로 서예협회가 가야 할 향방에 대한 상세한 설문조사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2. 이사장을 포함한 모든 이사는 책임을 절감하고 총사퇴를 하여야 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마땅히 직선제에 의한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하여야 합니다.
3. 객관성에 바탕을 둔, 투명하고 명징한 운영방식을 수용한 '정관'을 새로이 마련하여, 누가 시행하더라도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최소 2년이나 3년에 한 번이라도 전체회원을 위한 단합대회를 개최, 지시하고 군림하는 임원이 아니라 회원을 우대하며 섬기는 임원이 포진하고 있는 협회가 되어야 합니다.
5. 설립 당초의 취지에 맞게 참신하고 건전한 서단을 위한 초석을 새롭게 다지고, 시대에 걸맞게 재미있고 즐거운 단체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상의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협회의'설립취지'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현행 협회의 모순이 절대로 바로잡아지지 않을 것이며, 아직도 자리에만 연연하여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여 위기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문화체육관광부에 '사단법인'을 반납하는 '가처분신청'을 내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인사동을 다니며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전국의 이사들을 한 번 모으기도 어렵거니와, '정관'을 바꾸는 일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래도 현 집행부는 많이 나아졌고, 새로운 이사장도 직선제의 정관개혁을 추진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집행부가 총 사퇴하면 혼란이 일고 엉망이 되어, 협회를 제대로 이끌어 가기가 곤란할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너무나 한심하고 말도 안 되는 얘기여서 아예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 '정관'이 명시하고 있듯이 '정관'은 이사회에서 개정하여 총회에서 인준만 받으면 그만입니다. 진심으로 改革을 원하는 분들의 사고라면, 현행의 체제와 현재의 임원으로는 단 1%의 개혁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썩은 서까래 몇 개 바꾸듯이 정관 조금 수정하고, 임원 한두 명 교체한다고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터전을 달리하고 주춧돌을 바꾸어 그야말로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된 것입니다.
저는 이와 같이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 서예협회의 회원뿐만이 아니라 서예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께 감히 한 말씀 올립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 나라와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서예의 싹을 틔우고, 다시 한 번 21세기가 원하는 '문화의 꽃'으로 재현하여, 우리 서예인들 스스로 긍지와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 드립니다.
개선의 의지로 시작하였지만 物議가 되었습니다. 서예를 사랑하여 진정으로 최선을 다해 출품하여 주신 작가님들에게는 송구스런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아울러 선량한 마음으로 심사에 참여하여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도 사죄드리며, 부끄러운 글을 마칩니다.
(이정택 011-512-2121)